Harris Campbell
해리스 캄벨
“고마워, 사랑해.”
✶ 30세
✶ 남성
✶ 190cm/102kg
✶ 3월생
App.
엄격한 엘리트 군인
상관으로서, 혹은 한 인간으로서도 다가가기 어렵다. 허나 뜻만 거스르지 않는다면 마냥 까탈스러운 인간은 아니니, 그 안엔 분명 부드러움과 융통성이 흐르고 있다. 군인으로서, 기관의 엘리트로서 주입된 철학은 그를 단순한 인간으로 평가할 수 없게 만든다. 최전방에서 일생의 9할을 바친 그의 모습은, 그에게 있어선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태도일 뿐이다. 민간인 사이에서 살게 되면서 그는 어느 정도 유연해졌다. 하지만 그 단단한 바탕은 때때로 얼굴을 드러내며, 고압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에 덩치가 큰 것도 한몫하고 있다. 위에서 가만히 내려보고만 있어도 압도적인편-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제 예전보다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 다정함은 소수의 이들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도덕적 잣대가 그리 선한 인간은 못되어 그의 선택은 언제나 자신과 그의 사람들, 그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계획적이되, 완벽주의자라고 말하기엔 아쉬운 점이 있는 모습.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보통의 사람들보다 부지런하고 치밀한 존재로 남아 있다. 표정은 대부분 포커페이스. 늘 미소를 띄고 있는 얼굴은 어딘가 상냥해 보인다. 반면에 유달리 차가운 낯을 비추는 이들도 존재하였으니, 가이드로서, 한때 센티넬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는 그 추가 설명부터 필요할 것이다. 그 당시, 상대를 제압했음에도 불구하고 센티넬에 대한 혐오를 숨길 수 없게 되었음이랴. 능력 있는 센티넬들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예외일지언정, 그렇지 않은 자들은 그의 눈에 단 하나의 관용도 허락되지 않는다.
Profile.
-까지가, 일반적으로 타인을 향한 시선이라면. 단 한 사람, 그를 무너뜨리는 존재가 있다. 상당히 어릴적부터 유독 약해지고마는, 예외의 사람. 레노 다비데, 그의 연인이자 남편. 그 앞에서는 차가운 외면이 무너지고, 오로지 다정함만이 남는다. 어쩌면 가끔, 해리스가 고압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금세 부드러운 미소로 그 모든 것이 녹아내리곤 했다. 긴 겨울 내 두 사이 어떤 동결의 사건과 시간상이 존재야 했으나, 해리스 캄벨에겐 그 시간마저도 그에겐 유약했다. 그 시간이 해리스에게 얼마나 유약했는지를 보여주는 건, 차라리 도망치고 숨는 길을 택할 정도였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레노에게 냉혹한 얼굴을 보이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해리스는 레노에게 최대한 솔직하려고 애쓴다. 내밀하게 들어가, 해리스는 여전히 레노 앞에서 약하다. 경악스러울만치 레노에게 보이는 다른 양상의 낯. 다른 이들 앞에서 보여주지 않는 서툴고 어색한 모습은 오직 레노에게만 나타난다. 그을린 흉터조차 가리기 어려운 감정들에 사로잡혀, 종종 얼굴에 붉은 기가 돌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부끄러움에 빠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해리스 역시 레노를 곤란하게 만들 때가 많다. 오랜 시간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했던 나날들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해리스의 마음은 더 나아가고 싶다. 더 잘해주고 싶고, 더 많은 사랑을 드러내고 싶다는 욕구가 그 안에 있다. 그 차이가 그를 움직이게 한다. 그의 다정함은 자연스럽게 스며나오고, 그 속에 담긴 보살핌은 담백하지만 그 안에 깊은 사랑이 깃들어 있다. 때로는 그 사랑이 은연중에 유혹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레노 앞에서 해리스는 더 이상 엘리트 군인이 아닌, 사랑하는 이 앞에서 무너질 줄 아는 인간이다. 얼굴에는 불에 그을린 자국이 뺨에서부터 목까지 이어져 있고, 전기로 인해 생긴 흔적이 등에서 팔꿈치까지 남아 있다. 그 상처들은 그의 지나온 시간을 말해주듯 선명하다. -은퇴 이전. 가이드임에도 불구하고, 월등한 신체 능력으로 최전방에서 싸우곤 했다. 이에 관해선 높은 가이드 등급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나 훈련으로 다져진 것이기도. 이어 양손 잡이. 무기술 역시 양손 사용을 기반하며, 쌍검과 쌍총을 소지. 필요시 제압용 마취총도 사용한다.
etc.
무명은 파도의 가장 깊은 이름이다. 나는 심해를 두려워하듯 너를 그렸고, 해역에 맞서듯 네 곁에 섰다. 언어를 맹약처럼 여기는 사회가 어디엔 존재한다는데 공교롭게도 그게 우리의 세상은 아니었다. 전선이 경계보다 앞선 모든 순간 행동은 말보다 빨랐고 결과는 그보다 일렀음을 안다. 질량만큼 속도에 뒤처져 돌아보는 내게 후회는 늘 일괄적이었다. 감당해선 안 될 것들이 밀려오며, 중심에 선 너는 내내 압화처럼 남아 웃고 있었다. 기억의 편리성 때문이겠지. 우리의 생애 낭만으로 치부되기 어려우니. 용서를 구하지 않겠다 다짐했으나 죄책감만은 지우기 어려웠다. 나아가지 않는 이상 만물은 유보된 채고 이 해저엔 앞뒤가 없으니 내게 고향은 먼 단어다. 생에 묻지 못하듯 네게도 묻지 못했다. 그 고통이 나를 끝없이 네게로 이끌었다. 휘청이며 비관하며 내 의식을 먼 곳으로, 이 땅의 무엇도 닿을 수 없는 어느 이국의 영해로 추방해도 괜찮다고… 차마 입에 올릴 자신만큼은 없었지만. 불에 타는 감각을 알고 있는 이들은 으레 비에 젖어 드는 걸 기피하지 않기 마련이다. 열기에 우그러진 살과 물에 불어 주름진 뺨 기실 다르지 않음을 아는 탓으로, 삶에 무늬 하날 새겨 넣는 게 그들에겐 그리 간단했겠지. 그것은 필연적으로 우리에게도 서로에게 무언갈 새기는 행위 어려울 것 없음을 의미한다. 왜 아닐까, 검이든 붓이든 쥐고 나면 똑같은 도구인 것을. 서른 번의 밤 동안 난 네가 수평선 너머로 훌쩍 떠나 사라져 마침내 내 가난한 심상에 건기가 찾아오는 풍경을 상상했고, 그보다 오랜 낮 동안 이 충동을 고백한 채 함께 수몰되어버리는 광경을 꿈꿨음을 너는 모르겠지. 한가운데에 서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그래도 겨울이 끝날 테니.” 말하기에 세상은 이미 빙하기였다. 고립된 지평서 두를 것이라곤 서로의 체온뿐이던 시절. 우린 불행을 나누지 않았으나 그게 최선이었다 확신하지도 않아. 너에게 주고 싶었던 모든 것 중 책임만은 없었음은 필시 내 이기심에 가까웠겠으나, 그만큼의 숨을 얹어주는 순간 나는 나의 폐부로는 호흡할 수 없게 되리란 걸 직감했다. 친애하는 레노 다비데. 범람엔 이름이 없어 난 이미 호명하는 법을 잊었다. 그러니 우리가 놓고 온 것들에 대해선 지층으로 남겨두자. 네 영혼의 무게가 내 것보다 가벼울 시절 차마 자격을 논할 수 없어 침묵으로 일관했음을 단순 친우의 어리석음으로 치부해도 좋으니. 미처 쏟아내지 못한 슬픔이 많아 너는 그렇게 헤맸을까. 살며 견디는 게 가장 쉽다 생각했는데 네가 뱉는 문장 하나 외면하기가 수만 번의 밤을 감당하기보다 힘들단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네 흉터에 손을 얹고 마르지 못한 과거의 색채에 눈살을 찌푸려도 시야는 여전히 어둡고, 아침은 이윽고 붉다. 신념처럼 살았고 습관처럼 죽었겠지. 인제와 책임 논하는 일 우스운 것 알지만 나는 언제나 짓눌려 있었다. 부레마냥 부풀어 오른 허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까지 생의 염증은 길어서…. 아마도 이건 기다림이었던 듯해. 네가 가여웠으나 가엾지 않았고, 둘이서 고독했으나 고독하지 않았다. 어딘가엔 반드시 일어나게끔 만들어진 일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에 우리 딛고 선 지면은 지나치게 물렀지. 지나간 가정에 아무런 힘이 없듯 만일 네게 터놓고 말했다면 무언가 달랐을까 상념하는 것도 결국엔 후회 이상이 되지 못한다. 그럴 순 없었다. 아직 하늘이 개지 않았으므로. 투항해선 안 된단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내게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네가 살아줬음 해. 그건 비단 이 한 번의 생이 아닌, 너라는 존재의 영혼에 새길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장이길 바란다. 나 역시 네게 현재가 아닌 그즈음의 가정으로 남게 되는 날이 오겠지. 이 순간 우리가 서로의 곁에 있다고 해서 모든 날을 함께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 염려와 고난과 핑계가 이젠 지층으로 굳어졌으니 더는 땅이 꺼질까 봐 망설이지 않아도 되겠지. 혹 가라앉으려 하는 날이 온다면 내가 너를 저 고도까지 밀어줄테니 너는 부디 유영하는 법을 잊지 말며… 레테의 강 너머에서 우리는 웃으며 다시 만나자. 너로 인해 나는 침몰하고, 더는 이 적막이 두렵지 않다. 내 몫만큼 남은 세상의 일면이 네 전생을 축복하길. ⓒ기도 커미션
제 삭막한 세상에 너는 밀물처럼 들이찼다. 한 때, 과거의 세상이 바닷물에 잠겼듯. 서서히.
칼립소.
정신적 고립을 의도하고, 그렇게 키워져 의도된 존재로 자라는 곳. 어쩌면 자신 또한 그에 의도된 이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허나, 넌.그저 쓸데없는 것이라 여겼던 것들을 상기시켰다. 다가오는 네게 빙돌려 거절을 건냈음에도. …통하지않아 곤란했던 순간을 기억해낸다. 그러곤 기껏 내보인 감정의 편린을 그저 대련으로 치부시킨 일과 그렇게, 켜켜히 쌓여온, 헛웃음이 웃음으로 변하던 순간의 기억들,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 … 끝내 밀어내지 못한 것은 그 자신의 의지였다. 우린 서서히, 우정의 형태를 갖췄고, 때를 지나 부대에 들어섰을 때 그 형태를 확고했다. 그것은, 그렇게 우리 사이에 변하지 않을 명제가 되었다. 관계라는 것을 누군가 맺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 의지가 닿는다면그 기점에 이미 관계라는 것을 정의한 것이다. 다만 해리스 캄벨이 그것을 배우고, 깨닫고, 받아들이기까지 남들보다 오랜시간이 걸렸으니. 그렇기에 서툴렀던 것인지,싶다. 후회는 어떤식으로 뱉어내야하는가. 마냥 뱉어내는 것은 그저 쉬운 일이니, 뱉어내선 안될 것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언어는 너무 쉽고, 그러니 물음에 답할 수 없다. 일순 쏟아질 것만 같은 것들을 꾸역꾸역 집어삼킨다. 용납하지 못하는 널 보는 것이 어쩌면 괴롭다. 그저, 밀려온 파도처럼. 턱밑까지 차오른 것들에 숨통이 조여오고 있다. 언젠가, 제가 완전히 잠겼을 때 그때는, 말하게 될것이다. 그런, 짐작만을 한다. 로먼의 죽음은 그저 얼핏 느끼기만 하던 감정을 형태로 불러일으켰고, 그로인해 두려움을 인지했다. 남들이 진작에 느껴왔던 감정들이 한번에 밀려와 버거운걸까 싶다. 현재와 과거의 경계선에 걸쳐져. 레노를 바라보고 있다. 형제이기에 겹쳐보는 걸 수도 있지만, 그를 통해 로먼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두려워함에 가깝다. 정의할 수 없는 모든것들을. …너마저 잃는다면, 이번엔, 정말 말라,죽어버릴지도 모르지. 그런 기분이 들어. 긴 평화 속에서, 해리스는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고, 뱉지못한 말들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음에도. 결국 시간의 흐름은 그를 변화시켰으리라. 어느 날, 레노가 그의 곁에 서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깨달았다. 이제는 자신이 먼저 다가가야 할 때라는 것을. 또 한번의 시간이 흘러, 그리고 마침내, 그 말. “연인은 싫어?” 네가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안에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마치 오래된 자물쇠가 풀리듯. 깨달았으리라. 더 이상 너를, 친구로만 볼 수 없었음을. 지켜야 할 존재, 소중한 동료를 넘어 해리스에게 훨씬 더 특별한 존재가 되어. “내 마음은 변치 않아.” 그들의 관계는 조금씩 변해왔다. 여전히 전우였고, 동료였으며 친우였지만, 이제는 그 안에 사랑이 스며들었다. 둘은 서로의 곁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세상은 여전히 겨울에 멈춰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고, 하얀 눈이 대지를 덮었다. 세상은 고요하고, 모든 것이 멈춰 있는 듯 보였다. 그 겨울 속에서, 해리스 캄벨도 한동안 그 고요함 속에 자신을 묶어두었다. 감정을 억누르고, 마음을 닫아두었다. 그러나 이제, 해리스는 더 이상. 그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던 차가움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그 온기는 너로부터 피어났으니. 그렇게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네 덕분에, 아. 이제 더 이상 춥지가 않다. 이제 해리스는 혼자가 아니다. 그의 곁에는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네가 있으며, 해리스는 그 손을 잡았으니. 그 순간 얼어붙은 세상 속에서도 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그들만의 따뜻한 온기가 퍼져나갔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더 이상 억눌리지 않았다. 그들은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따뜻한 빛을 발하며, 함께 걸어갔다. 해리스는 더 이상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묶어두지 않았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봄이 찾아왔으니.